밥먹고 나오며 이를 쑤시다가 문득 한 엉뚱한 상상
쌀이 생각을 하는 생명이라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알 것이고 나름대로 삶의 목표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쌀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봤습니다. ^ ^
쌀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삶은 쌀이 되지않고 그냥 볍씨로 남아 후세를 만드는 역활을 하는 일일겁니다. 하지만 1% 미만의 벼만 그렇게 될테니 하늘의 별따기인 확률에 당첨이 되지 않아도 그리 서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이 쌀이 되었다면 정부미로 팔리지 않고 양질의 고급 일반미가 되어 팔리는 게 목표일텐데 건조가 잘못되었던 정미가 잘못되었던 간에 정부미라도 된다면 다행이지만,쌀이 되지 못하고 정미기 틈새에 낑겨버린 볍씨나 바닥에 떨어져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보단 나을 듯 합니다.
일반미가 되었다면 질지도 되지도 않은 좋은 밥이 되는 것도 따져야 겠지만 밥을 짓기 위해 씻는 물에 떠내려가면 참으로 아쉬울 것 같습니다. 기껏 쌀이되어 밥이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말이죠.
좋은 밥이 되어 밥통 속에 있을 때는 한없이 좋은데 주걱에 하필이면 엉덩이가 깍이면서 밥그릇에 못들어가고 그대로 밥주걱에 붙어서 다른 쌀들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밥그릇 바깥쪽에 들러 붙어서 사람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녀석이나 그릇 뚜껑에 붙어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있는데 그리 배고프지 않은 사람에게 걸려서 외면당하는 녀석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일테죠?
그나마 여기까진 좋습니다. 참을 만 합니다. 아니.. 참아야 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서 입놀림에 흔들리다가 목으로 넘어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필이면 치아 사이에 낑겨서 오도가도 못한다면... 오호통재라. 이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밥먹은 후 입가심하는 물결에 흔들려 치아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 물과 함께 목을 넘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일텐데 무지막지한 이쑤시개에 걸려 퉤- 하고 튕겨나온다면 두 번 다시는 쌀로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인가요? 이를 쑤시다가 걸려나온 밥풀을 뱉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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