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몽마(夢魔)인 서큐버스와 잉큐버스가 있다. 게임 등에서 많이 써먹은 요괴로서 사람의 꿈속에 찾아오는 성적인 요괴이다.
서큐버스는 여성형으로 주로 성직자의 꿈에 나타나 유혹한 다음 타락의 길로 빠뜨린다고 한다.
최초의 몽마는 밤의 여왕 리리스(아담의 첫번째 부인)라고 하는데 성경에 나타난 아담을 유혹해 선악과를 따먹게 만든 것을 일컬어 그렇게 얘기하는 듯 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선악과를 따먹었다는 것을 최초의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즉, 아이와 같이 순결한 상태에서 뱀의 유혹(뱀의 그 생김새 때문에 성적인 코드와 맞닿아 있다)에 넘어가 선악과를 맛본 이브(하와, 리리스 등등)가 성에 눈을 떠 아담을 유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꿈속에 찾아오는 서큐버스는 사실 사춘기 남자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몽정을, 금욕의 시대의 수도사, 성직자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으로 여기지 않고 악마의 유혹을 받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럼 잉큐버스는 어떠할까?
잉큐버스는 남성형의 몽마로서 서큐버스와는 반대로 여성을 유혹해서 아이를 낳게 한 다음 악마에게 데려가는 존재로 묘사된다(서큐버스가 남성에게서 정액을 뺏고 그것으로 잉큐버스가 여성을 임신하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이렇다.
금욕의 시대에 금지된 사랑을 하는 처녀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쩌다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철저한 금욕의 시대에 처녀가 애를 가졌다면 어떤 말들이 나올까. 아마 그녀의 부덕함을 탓하며 돌이 날라오지 않았을까?
"처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는데 바로 그 시대의 할말이 잉큐버스인 것이다. '악마가 유혹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하면 끝나는 것이다. 배가 쭉쭉 불러오다가 애를 낳으면 그 애는 악마가 데려갔다고 말하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갖다 버리거나 다른데서 키웠겠지.
이제 더이상은 속도위반도 그다지 금기가 아니니 잉큐버스와 서큐버스는 사라진 셈이다.
p.s.1 :
incubus와 succubus의 어원은 라틴어로 incubo (위에서 자다, 올라타다)와 succubo(밑에서 자다, 아래에 눕다)의 말에서 나왔다.
p.s.2 :
동양권에서는 귀접(鬼接)이라 하여 말 그대로 귀신과 교접(交接)한다는 일종의 몽마와 같은 것이 있다.
자는 사이 귀신이 와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 금슬이 좋은 부부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고도 한다.
이러한 귀접에 대해서 허준 선생도 처방을 내리며 금했다고 하니 주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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