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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극한직업(EXTREME JOB)이 싫다.

zzixxa 200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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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손아래 동서가 금요일 오후에 작업중 십여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가 부러지고
골반뼈가 으스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버린 끔직한....
 
내부 출혈이 심하고 혈압이 유지가 안돼 수술도 시도하지 못한 채 응급실에서 수술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다지 희망적으로는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서너시간씩 의식을 잃어버리는 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다보니 정확한 검사조차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의사는 태연하게 말하고...(다른 가족들은 의사가 너무 태연하게 말한다고 뭐라하지만 나는... 의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서의 회사는 전기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기에
때로는 높은 건물에 메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길게 늘어진 전선에 메달리기도 하는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다.




그런데......
항상, 119 구조대를 비롯한 소방공무원들
그리고 EBS에서 방송중인 극한직업이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이들을 대단하다 생각하며
존경심까지 품었던 나한테 심경의 변화가 생겨버렸다.


내 아이들은 극한직업을 가진 사람과는 절대로 결혼시키지 않겠다.

이기적인가?
그렇다. 이기적이다.

온 몸에 주사바늘을 꽂아두고 한방울씩 떨어지는 링거가 멈췄을 때 그리고 너무 많이 떨어질 때...
혈압이 떨어질 때와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때...
심박수가 떨어질 때와 갑자기 올라갈 때...

나이먹은 동서의 어머니는 간호사를 불러야 되고 의사에게 살려달라고 울면서 사정하고
마음약한 처제는 이미 실신해버려 가는 팔에 링거를 꽂은 채 한쪽에 누워있고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는 분위기만으로도 그 나이 때의 발랄함을 잊어버린 오랜 상황.

돌봐줄 사람이 마땅찮아 집에 데려온 조카는 내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듯 하지만 
이따금씩 나타나는 우울한 느낌이 나만의 착각은 아니다.


나는 이런 상황이 싫다.

아무도 안하면 누가 하냐고 묻겠지만
내 가족과 내가 아는 사람만 아니면 된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고 나쁜 놈이라고 해도 좋다.


그래...
나는 나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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