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세력에 뜻을 꺽인 광해군과 노무현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얘기를 할 때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군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하곤 했습니다.
광해군은 선조의 아들로 임진왜란 동안의 활약으로 대북파의 지지를 받아 1608년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왕위에 오르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많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는 선조가 세자인 광해군을 폐세자하고 늦동이 어린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거든요. 물론 영창대군의 어미인 인목대비도 한 수 거들었지요.
그래도 인성이 나쁘지는 않았던 탓에 그냥 묻고 넘어갔습니다만 왕위에 오르는데, 공을 세운 대북파의 강력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즉위 5년 후인 1613년에 영창대군을 서인으로 삼고 강화에 위리안치시켰다가 다음해에 사사합니다. 그후 1618년에 계모인 인목대비를 폐하고 서궁에 유폐시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린 광해군을 인륜을 저버린 폭군중 하나로 기억합니다. 광해군이 세자의 위치에서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일과 왕이 되어 외교와 국방에 힘썼던 모든 일들은 묻어버린 채 말입니다. 모든 게 삐뚤어진 국사교육 때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왕의 능력이 뛰어나면 반정이 일어난다
광해군은 서인이 주도하여 일으킨 인조반정으로 폐위됩니다.
반정의 표면적인 이유는 동생을 죽이고 계모를 폐위시킨 폐륜을 저지른 죄입니다.
뭐 기타등등 자질구레한 죄목도 있는 거 없는 거 다 적용했겠지만요. 그런데...
태종은 1, 2차 왕자의 난으로 동생을 죽이고 형을 죽입니다.
세조는 조카를 죽입니다.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이고
인조도 야사에서는 소현세자를 독살하고 며느리마저 죽인 것으로 나옵니다.
얼마전 추노의 배경이 된 것도 그것이지요.
이 때마다 반정이 일어나야 맞지 않나요?
하지만 아쉽게도 반정의 기본적인 발생 요인은 폐륜이나 무능력이 아닙니다. 반대로 군주의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신하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하고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얻지 못하게 할 때 그에 반하는 집단이 무리지어 일으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광해군이 이루어낸 업적은 많았습니다. 이루려고 한 일들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인을 위시한 반대파의 거침없는 반대에 어느 것 하나도 맘 편하게 이루어진 것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광해군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하고자 했던 많은 일들은 숱한 반대로 무너졌고 지방 어느 곳에서 일어난 화재도 대통령 책임이 되곤 했었으니까요.
권력을 나눠주기 싫은 인조와 이명박
반정은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 이후 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어떨까요?
일단 기본적인 외교정책부터 인조와 닮아 있습니다. 광해군은 당시 신흥세력으로 부상되는 후금 즉 청나라와 친하게 지내려고 외교적 노력을 했지만 인조는 즉위하자 마자 친명배금 정책으로 외교 정책을 바꾸어 버립니다. 마치 10년동안 해왔던 햇볕정책을 순식간에 바꾸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인조가 명나라를 숭배하고 청나라를 멀리하면서 얻은 결과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입니다. 임진왜란 이후 망가질 때로 망가진 국토와 백성들이 한 번 더 망가지게 하는 결과만 얻은 것입니다. 비약이 심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멀리하고 얻은 개성공단의 위기와 금강산 통행중단 그리고 많은 장병들이 순국한 천안함 사건을 생각하게 만들지요.
인조의 가신들은 반정의 주도자인 서인들입니다.
임진왜란과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국가의 기강은 무너지고 경제상태는 공황상태로 되어 버렸는데 자신들의 이익과 집권당의 위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아웅다웅 하다가 결국은 공서와 청서의 두개 파로 분열되어 버리고 김자점같은 척신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온갖 폐악질은 다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왜 지금의 한나라당이 떠오르는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조를 상당히 싫어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인 소현세자에 대한 홀대 때문입니다. 동생인 봉림대군(효종)과 함께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소현세자는 서양과 청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여 진보적인 정책을 이루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조와 서인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기는 커녕 반목만 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귀국하고 얼마 안되어 결국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떠나고 세상은 공명의 도만을 앞세운 서인들의 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역사에 가정이라는 건 없지만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그 후 조선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시간에 들은 말 중에 가장 많았던 우리민족의 잘못은 당파싸움과 내분이었습니다. 국익을 위한 당파싸움이야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지만 문제는 개인적인 사리사욕과 집권을 위한 싸움이고 내분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의견을 수용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결국 아들과 며느리마저 죽이고 만 인조가 두려워 한 것은 소현세자의 아들을 앞세우고 반정을 일으킬 지도 모르는 반대세력이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선은 왕위계승을 아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최소한 아들이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이겠지요.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하면서도 정책에는 반영이 되지 않는 현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집권당인 자신들을 물리치고 반대세력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겠지요. 지방선거에서 나온 국민의 소리가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뒤에 엎고 나오는 세력에만 신경을 쓰고 있겠지요.
인조처럼 왕위를 지명해서 물려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에이 싫다.
더 쓰려다보니 나도 짜증나고 읽는 사람도 짜증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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