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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할머니가 아파요

zzixxa 2009.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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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올해 95세되신 할머니가 있지요.

할머니에겐 내가 제일 큰 손주인지라 
다른 동생들하고 비교가 될 만큼 잘해주셨는데
10년 쯤부터 조금씩 치매가 오셔서
얼마 전에는 제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신 적도 있었지요.

할머니는 습관적으로 두통을 호소하곤 하셨는데
워낙 오래된 일이라 진통제 몇 알로 통증을 가라앉히곤 하셨다네요.

그런 할머니가 아파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갔는데
뇌출혈이라시네요.

몸 한 쪽이 마비가 오신 것 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문제는 아이 주먹만한 종양이 뇌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눈을 감고 의식이 없는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얼마나 아프셨을까.
겨우 진통제로 그 고통을 어찌 감내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밤새 병실에 있다가
3시간을 달려 다시 회사에 앉았습니다.

이제 곧 
할머니는 우리와 이별을 고하겠지요.

새삼스럽게 후회되는 건
사진찍는 걸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내 손으로 찍어드린 할머니 사진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후회되는 일 따위는 안하고 살려고 했는데
마음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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