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가 영조에게 죽임을 당한 진짜 이유는?

MBC 월화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 / 연출 이병훈)이 사도세자의 비밀서찰을 통해 추리극적 요소를 가미,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드라마 초반부에 사도세자 역할로 특별 출연했던 배우 이창훈도 다시 드라마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사도세자(이창훈 분)의 첫 재등장은 영조의 악몽 속에서였다. 정순왕후(김여진 분)는 영조의 치매(매병)를 확인하기 위해 영조(이순재 분)에게 약을 먹였다. 그날 밤 영조의 꿈 속에서 사도세자는 군사를 이끌고 궁에 쳐들어와 구테타를 일으켰다. 이후 드라마‘이산’속에서 사도세자는 영조와의 갈등을 빚고 비밀문서를 남기는 과정들이 묘사되면서 극의 중요 장치로 다시 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조선조 21대 영조의 큰아들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 속에 갇혀 죽임을 당했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나중에는 갈증을 이기려고 자기오줌까지 받아먹어야 했고 고통에 뒤주 벽을 긁다 손톱이 다 빠지는 등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당파싸움의 희생양이다, 정신병을 앓았다는 등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일국의 왕자가 단순히 폐세자를 당하거나 사약을 받은 것도 아니고 폭염 속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하다. 역사적으로 사도세자가 영조의 진노를 산 계기는 5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영조실록’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궁중에서 하인과 궁첩 등 몇몇 사람을 칼로 쳐 죽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여승을 궁으로 불러들였고, 시전상인의 재물을 빌려 갚지 않았으며, 북성 유람과 평안도 여행을 떠났다는 것 등이다. 또 혜경궁홍씨가 적은 ‘한중록’에는 사도세자가 궁에 불을 질렀다는 기록도 전하고 있다. 사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사도세자가 궁에서 사람을 죽인 까닭에 대해 그가 실제로 울화증을 앓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도세자의 울화증과 신경쇠약 증세는 사도세자가 대리청정 기간 중 당론을 잘못 처리했다는 이유 등으로 영조의 분노를 샀던 사건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도세자는 홍역을 앓고 있는 몸으로 며칠간 한겨울 눈 위에서 석고대죄해야 했던 탓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경쇠약과 울화증 정도는 그다지 심했던 것도 아니고 죽임을 당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사도세자의 죽음 미스터리에 문제제기를 한 사학자는 일제시대 ‘조선과학사’를 완성해 민족자긍심을 일깨웠던 故 홍이섭 선생이다. 故 홍이섭 선생은 앞서 설명한 사도세자의 잘못중 ‘평안도 여행’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평안도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조선의 변방을 지키는 정예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곡식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했다. 여러 조건들이 평안도가 구테타를 획책하는데 매우 적절한 장소였다는 것. 카톨릭대 국사학과 박광용 교수는 그의 저서 ‘영조와 정조의 나라’에서 故 홍이섭 선생의 추론을 지지하며 사도세자 관련된 기록들은 이후 사도세자의 구테타 계획을 숨기고 개인적인 비리로 희석시켜 짜맞춰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드라마 ‘이산’ 속에서 사도세자의 첫 재등장이 군사를 이끌고 꿈속에서 영조를 공포에 떨게 만는 장면이라는 것은 이런 역사적 가정을 통해 완성됐다. 사도세자의 구테타 획책설은 평안도 방문시 행적에 관한 사료가 충분히 남아있지 않아 ‘역사적 가정’으로 그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 '이산'속에서 사도세자의 죽음과 연관해 다양한 역사적 상상력을 선보이는 것 만큼 그의 죽음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역사적 숙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출처 : 뉴스엔 이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