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일상다반사

[회상] 13. 스물두살 11월 정기휴가 복귀 후

zzixxa 201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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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용>
정기 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후회가 막심하다.

그래도 한 때는 마음을 나누던 사이인데 어느새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사족>

군에 입대한 후 첫번째 정기 휴가였습니다.
휴가를 기다리는 동안은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아 휴가기간이 모자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막상 휴가를 받고 민간 세상에 나서게 되면 처음 하루 이틀 빼고는 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휴가 기간 동안 한 때 마음을 나누던 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반겨줄 거라 생각했던 제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가 버리고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그 분은 같이 있던 친구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제게서 멀어지고 있었지요.

잠시 멍한 듯 그곳에 있다가 저녁이나 같이 하자던 다른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 2층에 막 도착했을 즈음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유리문 안쪽에서 낯익은 얼굴 둘이
제가 서있는 반대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 갔어?
- 갔겠지?
- 가자.

그리고 그 분과 친구는 반대쪽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제가 뒤쫓아와서 구질구질하게 붙어다닐까봐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그랬겠지요? 그랬을겁니다.

저는 그 분에게 미련도 미움도 없었는데...
그냥 오랫만에 얼굴을 보며 못본 동안 잘지냈노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분은 제가 전염병이라도 달고 나타난 줄 알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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