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그렇고그런

나는 빨지산이었다

zzixxa 200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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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지산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빨지산인 것을 모르고 살았다.

알량한 월급 쪼개서 고아원에 매달 기부금 조금씩 보내놓고
연말정산에 쓰라고 증명서 날라오면 민망해 하는 나는 빨지산이었다.

돈 많이 벌면 고아원이랑 양로원이랑 함께 만들어놓고
부모의 정에 굶주린 아이들과 외로움에 굶주린 할아버지 할머니를 어울려 살게 하겠다고
감히 꿈을 꿔 본 나는 빨지산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그 흔한(?) 독립운동 한 번 안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논으로 밭으로 그리고 바다로 일하러 나가신
나라 일에는 전혀 신경 안쓴 할아버지를 둔 나는 빨지산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착하고 예쁜 사람인 문근영이
빨지산이라고 매도당하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화가나는 나는 빨지산이었다.

빨지산 편을 들겠다고 이런 글을 올리는 나는

나는 빨지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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