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일상다반사

[일상] 동철이 엄마

zzixxa 2009.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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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이(가명) 엄마는 일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이웃입니다.

동철이와 둘째인 채원이가 동갑내기여서 자주 왕래를 하면서 집안 속사정도 알만큼은 알고 지내는 사이였죠.
그런데 동철이 아빠가 주식을 하면서 빚을 많이 진 모양입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혼자서 대출을 받아서 갚아나간 모양인데 수입은 정해져 있고 지출을 줄일 수도 없고, 아무래도 갚는 돈보다 늘어나는 이자가 많아졌겠죠. 은행의 빚독촉에 견디다 못한 동철이 아빠는 사채에 손을 댔고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모양이었습니다.

동철이 아빠의 이상한 행동과 이따금 동철이 아빠를 찾는 전화에 이상함을 느낀 동철이 엄마가 다그치자 그제서야 빚이 있다고 실토를 했고 동철이 엄마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동안 모아두었던 적금을 해약해서 빚을 갚았답니다.

혹시 말하지 않은 빚이 있으면 전부 말해달라 는 동철이 엄마의 말에 더 이상은 없다고 한 동철이 아빠의 말은 얼마안있어 거짓말이었음이 들통났는데 여전히 많은 빚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평소 조금은 소심한 동철이 아빠가 무슨 이유인지 갚아야 할 금액을 다 말하지 않고 일부만 말했던 모양입니다.

남은 돈은 다시 눈덩이처럼 커졌고 동철이네는 결국 살던 아파트를 팔고 방 한 칸짜리 월세를 얻어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이즈음 동철이 아빠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어디론가 가버리고 동철이 엄마는 아이 둘과 함께 가난한 이사를 마쳤습니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사채 빚은 어찌어찌해서 갚았는데 은행권의 빚은 얼마간 남아 있었던지 법원에서 찾아와서 낡아서 값어치도 없을만한 냉장고와 TV 그리고 세탁기와 아이들 컴퓨터까지 전부 빨간딱지를 붙이고 간 후 두 아이를 붙들고 참 많이도 울었다더군요.

동철이 아빠가 훌쩍 떠난지도 벌써 1년이 다되는데 연락도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돈을 부쳐오는 것도 아니고...

동철이 엄마는 폐지와 빈병을 주워 고물상에 팔고 어쩌다 한 번 있는 이삿짐센터의 청소 일을 하면서 근근히 아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정을 알다보니 평소 동철이 엄마와 친하게 지냈던 아파트의 아줌마들이 재활용품을 모아서 우리집에 가져오면 그걸 차에 실고 동철이네 집에 가져다주곤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을 견디게 하는 게 자존심인데 차마 현금으로 줄 수는 없어서 고물을 모아서 가져다주고는 있지만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얼마 전에는 동철이 담임이 상담을 요청해서 학교에 갔다가 아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긴가민가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상처가 심한 모양입니다.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방아야 한다며 자책하는 동철이 엄마의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는 동철이 아빠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요?

남자라면...
좋아요. 남자로서의 책임은 회피하더라도 아빠로서의 책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버려서는 안되지 않나요?

동철이엄마와 통화를 마친 와이프가
동철이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로 했다는 말을 하길래 문득 답답해져서 주절거렸습니다.

<추가>

엊그제 동철이 엄마와 아빠는 합의이혼을 하고 아이들은 동철이 엄마가 키우기로 한 모양입니다.
양육비는 3-40만원 정도만 받아도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데 기대도 안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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