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그렇고그런
개에 대한 단상
반응형
어제 텔레비젼을 보니 개고기판매 싸이트가 폐쇄된 것에 대한 논쟁을 아직도 하고있다. 참... 지독하게도 끈질긴 논쟁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다보니 늘 옆에 있던 게 이른 바 똥개다. 집집마다 개가 없는 집이 없고 골목마다 개똥이 없는 곳이 없었던 게 내 고향 풍경이었다. 우리집에도 개가 몇 마리 있었는데....유달리 똑똑한 녀석이 하나 있었다.
똑똑했다기 보다는 사냥을 잘했다고 해야하나???? 암튼 새벽녘이면 없어지는 녀석이 아침무렵이면 돌아오는데.... 항상 입에는 꿩이 한마리 물려있었다. 녀석이 그걸 먹어버리면 내 입에서 절대 똑똑하다는 소리를 안한다.
내가 똑똑했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꿩의 머리만 먹어치운 채 몸뚱이는 고스란히 어머니한테 바쳤다는 것이다. 녀석 덕분에 남들은 쉽게 못먹어 보는 꿩고기를 나름대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유달리 똑똑한 이녀석도 수명을 다해 죽었을 때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녀석을 결코 땅에 뭍지 않았다. 논한가운데 튼튼한 나무기둥을 밖고 거기에 매달아서 지푸라기로 불을 피워 털을 태우고 집에와서 고기로 만들었을 뿐이다.
물론 덜 똑똑한 녀석들은 날씨가 더운 여름.. 특히나 복날이면 여지없이 생을 마감하곤 했다. 이날 살아남는 녀석은 아직 어리거나...유달리 똑똑하거나.. 아님 무쟈게 맛없게 생긴 녀석들 뿐이었다.
나는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먹는다. 하지만 맛있다고.... 또 먹고싶다고.... 먹으러가자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주니까 먹고 있으니까 먹는다.
어제 논쟁에서 이런 말이 문득...
개는 닭, 소, 돼지, 개와 같이 가축이 아니라서...( 아님 가축이라서(?) ... 정확히 안들었더니 영~~~) 암튼 잡아먹으면 불법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정한 법인지 언제 정한 법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달리 생각할 게 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7~80년대, 그보다 좀더 올라가서 육이오때... 좀 더 올라가서 일제강점기... 조선시대....우리나라가 개를 애완용으로 기를만큼 여유로웠는지를 말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내부모세대까지만 해도 개는 애완용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길러서 얻을 수 있는 식량에 불과했을 뿐이다.
물론 그중에 유달리 똑똑한 녀석이 있어서 자식같은 대접을 받은 녀석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 관습이 지하철이나 공원에 대책없이 개를 들고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없어져야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않는다.
물론 개를 먹자는 게 아니다. 분명히 말했지만 나는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려면 소나 돼지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소나 돼지는 수입을 해서 먹을 정도로 많이들 먹으면서 개는 먹지 말랜다.
소나 돼지를 길러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소가 주인이 오면 머리를 비비고, 아프면 눈물을 흘리고 길잃은 어린주인을 이끌고 집을 찾아가는 걸 본 기억들이 없기에, 소나 돼지는 먹어도 되고 개는 먹어서는 안된다는 묘한 논리가 형성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말에도 반박글들이 올라올지도 모르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개, 소, 돼지, 닭, 오리..... 등등 가축을 길러보고 가축과 같이 놀고 가축과 같이 자랐던 내 입장에서도 그들은 친구이기 이전에... 가족이기 이전에... 내 배고픔을 달래주는 식량이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개장수에게 팔려가기 싫어서 마루밑에서 버티고 안나오고 힘으로 당겨도 생똥을 싸면서 버티던 그 녀석을...
나는 또 기억한다.
소장수에게 팔려가기 싫어서 외양간에서 버티고 안나오다가 송아지일 때부터 같이 지냈던 내가 고삐를 당기자 할 수 없이 끌려나왔던 누렁이를.... (나도 하고싶어서 한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또 기억한다.
누렁이의 눈에 고였던 그 눈물을....
진심으로....
내가 길렀던 동물들이 식용으로 팔려가는 게 싫었고 지금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걸 먹지마라 강요하는 건 더 아니라고 본다. 싫으면 하지 말자. 하지만 내가 싫다고 다른 사람에게 까지 못하게 하는 건 하지말자. 왜 너 좋은 건 하고 남 좋은 건 못하게 하는가. 되짚어볼 문제이다.
반응형
'Depot > 그렇고그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국의 오지마을 (0) | 2007.10.26 |
---|---|
코발트(Cobalt)의 특성 (0) | 2007.10.26 |
전사모의 소송에 대한 생각 (0) | 2007.10.24 |
단위 환산표(일반용) (0) | 2007.10.16 |
가짜수염단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누구? (0) | 2007.08.11 |
여성 첩보요원으로 전쟁 영웅이 된 버지니아 홀 (0) | 2007.08.04 |
악법을 철회하기 위해 옷을 벗은 부인 (0) | 2007.08.02 |
어느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글 (0) | 2007.07.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