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린이 날에는 여기저기에서 행사가 많았는데 천안은 구제역 때문에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어 버렸습니다. 핑게삼아 하루를 조용히 집에서 지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어린이날이 단순한 어린이 날이 아니라서 그럴 수는 절대 없는 입장입니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도 '결혼기념일'이거든요. ^ ^
아침을 먹으면서 어디를 갈 지 생각하다가 마눌님이 불쑥던진 삽교호 국민관광지로 정했습니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메이저급 놀이공원에 비하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도 제법있고 마음대로 뒹굴 수 있는 잔디밭과 자그마한 곤충박물관과 넓게 펼처진 서해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거든요. 덕분에 요즘 한참 글을 올리고 있는 피나클랜드처럼 저희 가족 단골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수월하게 도착했고 운이 좋았는 지 극심한 주차공간 확보 전쟁에서 손쉽게 막 빠져나가는 차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놀이기구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와글와글 바글바글....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사람많은 거야... 당연한 일이니 사람이 많건 적건 신경쓰는 가족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더욱 바글바글했던 에버랜드에서도 굳건하게 버텨온 가족이니까요. ^ ^
일단 놀이기구 이용권부터 잔뜩 사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적은 곳으로 아이들은 즐기러 갑니다. 저요?
아이들이 다음 코스로 지목한 놀이기구 타는 줄에 다소곳이 줄을 선 다음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염없이....
거의 한시간 가까이 줄을 섰던 하늘자전거 입니다.
그렇게 줄서다 사진찍다 보면 확보해놓은 이용권도 슬슬 바닥이 나고 아이들은 목마름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찾게 되는데 통상 이 때쯤해서 놀이공원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따금 놀이공원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협상카드로 내놓는 아이스크림의 유혹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이제 바닷가에 붙어있는 잔디밭으로 향합니다.
물론 잔디밭까지 가는 200여 미터의 거리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게는 솜사탕, 번데기, 샤베트, 고동, 핫도그, 옥수수...크게는 조개구이, 각종 생선회, 장난감.....
경험상 가격이 좀 많이 비싼 걸 알기 때문에 저와 마눌은 굳건한 발걸음을 옮겨 내딛지만 아이들의 태클을 몇 번 받다보면 결국 솜사탕이나 번데기 그리고 고동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코스요리가 되고 맙니다.
올해 중딩이 된 1딸과 6살인 3딸이 바닷가에서 돌아오는...
음...... 적다보니 길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짧게 갑니다.
잔디공원에서 잠시 다리뻗고 지친 심신 달랜 후에 집 근처에 자주가는 음식점에 갑니다.
먹는 음식은 항상 같은 매뉴인 왕~ 갈~ 비.
식사 후 막내에게 약속한 분홍색 케이스에 들어있는 장난감을 근처 마트에 가서 사주고 집에 돌아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오늘 마지막으로 할려고 마음 먹었던 촛불 열다섯개 꽂힌 케익을 먹는 일이 계획 예산 초과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것입니다. 저와 마눌은 언제까지 어린이날에 밀려 결혼기념일을 포기해야 할까요?
그리 많이 남진 않았겠죠?
막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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