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일상다반사
정원이 손가락에 바느질을 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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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가 문구용 칼로 연필을 깎으려고 시도하다가 손을 베인 모양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들려온 마눌님의 호출에 후다닥 움직여서 근처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없고 의료진들만 몇몇이 보일 뿐 조용합니다. 뭐... 입원환자들도 어슬렁거리긴 합디다만... 처치실에 들어가서 지혈하느라 감아놓은 헝겊을 벗기고 보니 손가락이 반이나 찢어져 있습니다. 다시 피는 흘러 나오고 의사와 간호사는 소독약으로 상처부위의 피를 닦아내더니 바느질 준비(정원이의 표현입니다.)를 합니다. 마취 주사를 놓기 전 의사 선상님이 정원이에게 말합니다. 벌레 한마리만 잡자아~~? 세균맨이랑 살기 싫지? 호빵맨이랑 살아야 좋지? 가벼운 몇 마디 말로 아이를 어느 정도 안심시키면서 마취 주사를 놓고 있는 걸 보니 다른 치료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용감하다~~~~~ 다 됐다. 마취 주사를 맞고 가만히 누워있는 정원이게 물었습니다. 엄마 : 아프지? 정원 : 안아파.. 엄마 :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돼.. 정원 : 간지러워..너무 간지러워서 감동이야~~~으앙~~~~~ 간지러워서 감동이라는 말을 하면서 통곡을 합니다. 왜??? 엄마가 옆에서 다독여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그칩니다. 정원 : ........... 난 왜 연필을 안 자르고 내 손가락을 잘랐을까? 엄마 : 또 연필 깍을꺼야? 정원 : 안깍을꺼야....으앙~~~~~ 아마도 다치던 기억이 되살아나 서러웠나 봅니다. 상처를 다 꿰메고(스무발이 넘었습니다.) 엄마가 정원이에게 말합니다. 엄마 : 꿰맨거 볼래? 나중에 뜯어보지 말고 지금 봐.. 정원 : (꿰멘 곳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의사를 보며) 이렇게 잘 한 거는 처음봐요... 감동이예요... 의사: 허허허허~~~ 황공하옵니다. 저도 감동입니다. 의사도 웃고 간호사도 웃고 엄마도 웃고 아빠도 웃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정원이는 엄마를 바라보면 끝내 한마디 더 해줍니다. 내 손에 바느질이 돼 있어... 이제 연필깍는 거랑 바느질은 하면 안돼지이? 운전하는 아빠랑 정원이를 다독이던 엄마는 아이의 상처를 잠시 잊은 채 그만 웃어버리고 맙니다. 지금 정원이는 늦은 저녁을 먹고 약숟가락에 따라 놓은 약을 훌쩍 들이마시고는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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