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수요일입니다.
일주일 거의 모두를 회사에 얽매여 사는 제가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날이기도 합니다.
봉하마을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당장의 생활이 허락치 않아 마음만 졸이다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제가 사는 천안시에는 분향소가 두 곳이 있었는데
한 곳은 노사모 사무실이고, 다른 한 곳은 천안시에서 마련한 분향소였습니다.
분향소는 시청에 있었는데, 시청 입구부터 분향소의 안내를 해놓았습니다.
천막 거두라고 소리치던 광명시장과 불꽃놀이하게 만든 공주시장과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그런 곳에 살지 않는 게 다행이다 여깁니다.
사실...
더워도 덥다고 안하고 추워도 춥다고 안하는 동네가 충청도인지라,
분향소에도 사람들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제법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서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면서.... 이렇게 지루하지 않았던 적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줄을 너무 길어서 몇 시간이라도 서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줄을 서고 있노라니 자원봉사자 분께서 일일히 근조 리본을 나누어주고 계십니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달아주기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왜 달아야하는 지도 모르는 막내아이도 근조 리본을 달고는알 수 없는 분위기 탓인지 얌전한 모습으로 조용히 서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분께서 분향이 수월하도록 애쓰고 계셨습니다.
상주에는 천안시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라는 데 사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례로 서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명록에 하고 싶은 말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슴속에 담긴 말을 하셨고 저도 제 아내도 가슴속에 담긴 말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습니다.
분향은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국화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애도의 묵념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큰 절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아내는 묵념을 하고 저는 큰 절을 했는데 제 옆에 있던 막내아이가 뭔가에 놀란 듯 저를 따라 큰절 두 번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세배도 잘 못하던 아이가 큰 절을 하다니...
마음 속으로 깜짝놀랐습니다.
세배도 잘 못하던 아이에게 큰 절을 두 번씩이나 하게 만든 건 뭐였을까요?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쪽 벽에는 분향을 마치신 분들이 적어놓은 편지가 벽에 붙어 있습니다.
이 분들의 감정도 저와 같은 감정이었겠지요.
노짱... 정말 사랑합니다.
분향을 마치고도 쉽게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잠시 분향소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분향소 밖 복도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분들이 의자에 앉아 멍한 듯 앉아 있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저...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이 돌아가신 거니까 예의상 오시는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의 표정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돌아가신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제 얼굴을 본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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