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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zzixxa 200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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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입니다.
일주일 거의 모두를 회사에 얽매여 사는 제가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날이기도 합니다.

봉하마을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당장의 생활이 허락치 않아 마음만 졸이다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천안시에는 분향소가 두 곳이 있었는데
한 곳은 노사모 사무실이고, 다른 한 곳은 천안시에서 마련한 분향소였습니다.

분향소는 시청에 있었는데, 시청 입구부터 분향소의 안내를 해놓았습니다.
천막 거두라고 소리치던 광명시장과 불꽃놀이하게 만든 공주시장과는 좀 차이가 있더군요.

그런 곳에 살지 않는 게 다행이다 여깁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더워도 덥다고 안하고 추워도 춥다고 안하는 동네가 충청도인지라,
분향소에도 사람들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제법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서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면서.... 이렇게 지루하지 않았던 적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줄을 너무 길어서 몇 시간이라도 서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줄을 서고 있노라니 자원봉사자 분께서 일일히 근조 리본을 나누어주고 계십니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달아주기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왜 달아야하는 지도 모르는 막내아이도 근조 리본을 달고는알 수 없는 분위기 탓인지 얌전한 모습으로 조용히 서 있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자원봉사자 분께서 분향이 수월하도록 애쓰고 계셨습니다.

상주에는 천안시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라는 데 사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례로 서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방명록에 하고 싶은 말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슴속에 담긴 말을 하셨고 저도 제 아내도 가슴속에 담긴 말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습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분향은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국화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애도의 묵념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큰 절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아내는 묵념을 하고 저는 큰 절을 했는데 제 옆에 있던 막내아이가 뭔가에 놀란 듯 저를 따라 큰절 두 번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세배도 잘 못하던 아이가 큰 절을 하다니...

마음 속으로 깜짝놀랐습니다.
세배도 잘 못하던 아이에게 큰 절을 두 번씩이나 하게 만든 건 뭐였을까요?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쪽 벽에는 분향을 마치신 분들이 적어놓은 편지가 벽에 붙어 있습니다.
이 분들의 감정도 저와 같은 감정이었겠지요.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노짱... 정말 사랑합니다.


[세상] 천안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분향을 마치고도 쉽게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잠시 분향소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분향소 밖 복도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분들이 의자에 앉아 멍한 듯 앉아 있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저...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이 돌아가신 거니까 예의상 오시는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의 표정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돌아가신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제 얼굴을 본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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