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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삼 선수의 죽음에 대한 단상

zzixxa 200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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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던 그 순간.

모니터 앞에서 웹서핑을 하고 있던 중 "최요삼 선수 사망" 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뜨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뭐 이리 호들갑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 일 전에 포스팅했지만 형이 뇌출혈로 사망한지 얼마안된 터라 회복을 기대하는 말을 적으면서도 기대는 안하는 게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고요.


유명한 권투선수여서 그랬을까요?


지난 일기장까지 들춰내면서 최요삼 선수의 힘든 삶과 좋은 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장기를 기증한 고인의 뜻을 보통사람은 엄두도 못낼 숭고함으로 감싸주더군요.


형이 죽었을 때입니다.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맨 처음 한 일이 뭔지 아세요? 

그동안 다운받았던 야동과 야설을 말끔히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


어느날 갑자기 내가 사고나 아니면 형처럼 혈관이 이상해서 사망했을 경우 내 유품을 정리한답시고 야동이 담긴 씨디를 발견하면 민망하잖아요.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별다른 고민없이 하던 일도 죽음을 연관하면 부끄러운 일이되고 민망한 일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건 어디서 어떻게 받는지 몰라 보고싶어도 못보는 동료에게 야동과 야설이 담긴 씨디를 건내주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였습니다.


최요삼 선수의 죽음은 그를 아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움이고 큰 슬픔입니다. 얼마 전 죽은 내 형의 죽음도 저를 포함해서 형을 아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움이고 큰 슬픔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죽어간 이름모를 분도 아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움이고 큰 슬픔입니다. 최요삼 선수의 죽음은 권투선수로서의 죽음이기에 앞서 인간 최요삼의 죽음으로 봐야될 것 같은데 수많은 언론들은 인간 최요삼의 죽음보다는 권투선수 최요삼의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장기기증 서약... 이런 건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내가 죽은 다음에 누가 내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내고 안구를 꺼낸다고 상상하면 싫거든요. 그렇지만 기회가 된 다면 서약서에 이름적고 도장을 찍을 생각도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가서 도장찍기는 싫지만 기회가 된 다면 그마저도 거부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거든요.


티끌 한 점없이 깨끗하면 그게 천사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며 어떤 상황에서도 꺽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그게 사람일까요?


요즘 약 20여년 전의 일기부터 파일로 정리하고 있는데요. 타이핑을 하다보면 어이가 없는 일도 있고 바보같은 생각과 행동을 한 일도 있고 남한테는 부끄러워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민망한 일도 있곤 합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걸 고치고 지우면서 일기를 옮기는 걸 깨닫고는 혼자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내 삶을 내가 바꾸는 기가 막힌 일을 벌인거죠.


최요삼선수도 분명 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있을 테지만 권투선수 최요삼의 겉으로 보여진 화려하고 멋진 삶보다는 인간 최요삼의 안으로 숨겨진 힘들고 덜 멋진 삶도 함께 감싸주는 게 힘들지만 열심히 살다 간 고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해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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