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ot/일상다반사

점괘

zzixxa 201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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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무속인들의 점괘를 상당히 신뢰하시는 부모님.

이제 칠순을 넘기셨는데
아버지의 명운이 다했다는  재수없는 말을 들은 어머니.

할머니의 제사가 있던 날 시골에 내려간 도둑에게
그런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안좋은데 아버지가 마침 식사를 제대로 못하신다..며 걱정하는 어머니.

제대로 검사를 해보자고 서울에 있는 세브ㄹㅅ 병원에 예약을 마치고 상경하신 아버지. 무속인의 점괘를 들어버린 탓인지 유달리 기운이 없어하시는 아버지.

불필요한 내용에 신경쓰지 말라고는 했지만 맘에 담아두면 없던 병도 생기실까 은근히 맘이 쓰이는 도둑.
일단 불안한 마음을 없애드리자고 결심한 도둑.

그래서 난생 처음 무속인을 찾아갑니다.

들어서자 마자 얼굴을 한 번 힐끗 보더니 하얀 종이에 이상하게 생긴 글씨를 마구마구 써내려가는 그 분.
 (한문인데 흘려쓰는 듯.. 그렇다고 초서체도 아니고...)

 개인사업 해보시려고?
(그런 생각없는 사람은 없지않나? 아버지때문에 왔는데...)
예.. 그것도 그거지만 아버지가 좀 아프셔서 괜찮으신지 알아보러 왔습니다.
(ㅉ... 이런 건 병원에 가서 물어봐야 되는건데...)

(쌀 뿌려주시고 눈가가 파르르 떨리면서...)
아직 상복입을 운은 오지 않았네요.
그래요?
그건 걱정안하셔도 될 듯 하네요.
네~~~ (찜찜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걸 보니 나도 점을 믿고 살았나????)

손재주 있다는 얘기 많이 듣지요?
네... 그런데 그게 한가지만 잘하면 그걸 파는데 이것저것 다 조금씩하다보니 진짜 잘하는 건 없네요...
손재주를 발휘하시면 잘 될겁니다.
(그럼 내 운세도 한 번 알아볼까??? ^ ^;)
네....그래서 여쭈는 건데...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가서 부모님 일을 도와가면서 농식품 가공업을 해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또... 쌀 뿌려주시고 눈가가 파르르 떨리면서...)
가세요. 일단 가시면 부모님한테서 문서도 받게되고.... 4년 정도면 거부가 될 운세입니다.
거.. 부.. 요?
아... 거부라고 해서 엄청난 거부가 되는 게 아니고 백원 벌 일에 이백원이 벌리고 천원 벌 일에 이천원이 벌린다는 정도로 생각하세요. 어차피 죽을 때 까지 백수 운은 없으니 평생 일을 해야합니다.

(이런 젠장... 적당히 일한 다음에는 쉴려고 했더니만...그래도...거부라..... 큼큼..)

끝나고 나서 아버지께 전화드려서 아버지 안돌아가신답니다... 했더니 쓸 데 없는 짓을 했다고 하셨는데 같이 있는 여동생 말을 들어보면 그 후에 기분이 부쩍 좋아지셨다네요.ㅋㅋ

거금 3만원을 복비로 지출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생길지도 모르는 마음의 병을 없애버린 것에 만족합니다.

솔직히 점괘는 잘 안믿습니다.
잘 안믿는다는 말은 믿진 않지만 안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정도...

거부가 될 지 안될 지는 모르겠지만, 도둑은 조만간 일을 벌려 볼 생각입니다.
올라갈 곳이 없는 위치에서는 떨어지거나 내려갈 일만 남지만 (꼭.. 정상이 아닌 중턱이더라도) 새롭게 올라갈 곳을 찾는다면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니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겠다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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